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터빈 못 구해 멈춘 발전소…AI 전력 수요가 공급망 병목 불렀다
한국잡지교육원30기_박상기
인공지능(AI)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폭발하는 가운데, 복합발전 터빈 공급망이 구조적 병목에 빠졌다. 복합발전 설비 납기는 2~3년에서 5년 이상으로 늘었고 비용도 수십 퍼센트 급등했다.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공급 구조는 따라가지 못하면서, 복합발전 시장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.
복합발전은 천연가스로 가스터빈을 돌리고, 그 과정에서 버려지는 폐열로 스팀터빈을 한 번 더 구동해 추가 전력을 뽑아내는 방식이다. 같은 연료로 단순 가스터빈보다 최대 50%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면서, 태양광·풍력과 달리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. 한 번이라도 전력이 끊기면 수억 원대 데이터 손실로 이어지는 데이터센터 특성상, 간헐성이 없는 복합발전이 재생에너지보다 현실적인 선택지로 부상한 이유다.
미국 에너지부(DOE)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28년까지 미국 전체 전력의 최대 12%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. 현재 미국에서만 원자력 발전소 약 30기 분량인 29기가와트(GW) 규모의 복합발전 설비가 착공 중이다. GE버노바 수주잔고만 80GW에 달하지만 납기는 이미 5년을 넘겼다.
이런 병목 현상의 원인은 구조적인 측면에서 나온다. GE버노바·지멘스에너지·미쓰비시중공업 3사가 글로벌 중대형 가스터빈 수요의 약 90%를 공급하는 과점 구조인데, 세 회사 모두 2017~2018년 시장 붕괴 때 공장을 닫고 인력을 대규모로 줄였다. 당시 GE는 전력 부문에서 230억 달러 손실과 함께 1만2000명을 해고했고, 지멘스도 수천 명을 감원했다. AI 수요가 폭발한 뒤에도 이 학습효과로 생산설비 확장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. 지멘스에너지 수주잔고는 사상 최대인 1,360억 유로에 달하지만 납기는 5년 이상으로 굳어진 상태다.
이 병목은 이미 현실에서 작동하고 있다. IEEFA에 따르면 베트남과 필리핀에서 개발 중인 복합발전 프로젝트 35.9GW 대부분이 터빈을 확보하지 못한 채 멈춰 있다. 납기 병목은 특정 지역 문제가 아니라 공급망 전체의 문제다.
이 공백은 후발 공급자에게 기회로 작용하기 시작했다. 두산에너빌리티는 올 3월 북미 첫 수주에 이어 이달 370MW급 스팀터빈 4기를 추가 수주했다. 두 계약을 합산하면 370MW급 6기, 총 2,220MW 규모다.
에바라 엘리엇 에너지의 클라우스 브룬은 "데이터센터 수요가 복합발전 수요를 더욱 가속하고 있다"고 밝혔다. 도라파트너스 CEO 토니 브러는 OEM들이 납기 단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, 생산량을 두세 배 늘릴 수준의 투자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.
IEEFA 역시 소재·부품·인력 부족이 겹쳐 병목이 중기적으로 해소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. 더 좋은 터빈을 만드는 기술보다, 원하는 시점에 터빈을 내줄 수 있는 생산 역량이 시장을 가르는 시대가 됐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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